일상의 생각들

카페에서 찾는 나만의 집중력의 비밀: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보기

에밀. 2025. 3. 7. 22:56
최근 자주 방문하는 카페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의 나만의 꿀팁이 있나요?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도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의아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자잘한 소음도 거슬려하기 때문에 그런 방해요소가 없으면 집중이 잘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이래도 난리, 저래도 난리” 구제불능의 까다로운 사람이 된 듯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이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것입니다. 보통은 카페로 갑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면 저는 그 사람들을 괜시리 의식하곤 합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저랑 일면식도 없기 때문에 저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만.. 스스로에게 제약을 거는 상상들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책을 펴서 읽은지 20분도 안되었는데 다시 덮고 화장실을 다녀온다면 집중도 못하고 겉멋으로 책 읽는 척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겠지?’와 같은 상상입니다.

이런 상상은 저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줍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저의 특성상 위와 같은 부당한 평가가 스스로에게 내려지는 것이 못마땅하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소한 1시간은 진득하게 책을 읽어서 집중을 잘 하고 책에 진심인 사람 처럼 보여야겠다!’ 라는 식의 생각입니다. 물론 처음 5분 정도는 ‘너는 지금 책에 푹 빠진 사람이야. 책에 집중해.‘와 같은 생각 자체에 빠져서 집중을 못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저는 저만의 역할극에 심취해 상황에 빠져들어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만약 친구와 함께 카페를 가서 ‘각자의 할 일을 하자!’라는 상황이 되면 효과는 더 커지게 됩니다. 물론 이 때에도 친구는 제가 무슨 책을 읽는지,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는지 특별한 관심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누군가 제가 인식하고 있는 영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떤 동기부여가 되고 집중의 양분이 됩니다. 어쩌면 같이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되거나, 가까운 사람이 집중하는 제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정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상이 감정적으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강력한 효과를 이끌어 내곤 합니다.

이게 저에게는 나름의 집중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지 못한 채로 나름대로, 느낌적으로 활용하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이런 현상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해서 이런 상황에 나름대로 연결이 되는 뇌과학적, 심리학적 용어를 찾아 설명해 보았습니다.


첫번째로는 사회적 촉진과 사회적 억제가 미묘하게 균형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촉진은 타인의 존재가 단순 과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현상을, 사회적 억제는 복잡한 과제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저의 경우 독서나 글쓰기는 비교적 복잡한 인지 과제에 해당이 됩니다. 그럼에도 저와 일면식도 없는 익명의 타인이 존재하는 카페라는 환경에서 집중력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은 사회적 억제 효과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느끼는 ‘타인의 존재’의 의미입니다. 카페에서 이름모를 타인들은 직접적으로 과제 수행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나를 지켜보는 익명의 관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저는 스스로 만들어낸 ‘타인의 시선에 대한 상상’이 사회적 촉진 효과를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타인의 실제적인 평가에 대한 압박감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의 평가에 대한 긴장감이 긍정적인 자극으로 작용하여 집중력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각성 이론에서 최적 각성 수준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각성 이론에 따르면, 적절한 수준의 각성이 인지 능력과 수행 능력 향상에 꼭 필요합니다. 지루함과 무기력과 같은 너무 낮은 각성 상태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생기고 불안이 올라오는 너무 높은 각성 상태는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은 각성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환경일 수 있습니다. 외부자극이 부족하고 긴장감이 없는 환경에서 뇌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방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자꾸만 라디오처럼 유튜브 영상을 소리를 크게하여 틀어놓거나 숏폼 영상을 자꾸만 찾게 되는 듯 합니다.
반면, 카페는 적당한 소음, 고소한 커피향, 사람들의 움직임, 은은한 조명 등 다양한 외부 자극을 주어 뇌를 적절히 각성시켜 줍니다. 저는 냄새나 소리에도 아주 예민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카페의 커피향과 백색소음으로 느껴지는 적당한 소음은 다른 거슬리는 후각적, 청각적 요소들을 덮어주어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특히 이것들에 더해 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타인의 시선에 대한 상상’은 심리적인 각성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해서 최적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번째는, 자기 지각이론과 역할극의 긍정적 작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인 표현이긴 했는데, 저는 스스로를 ‘집중해서 책을 읽는 사람’, ‘글쓰기에 몰두하는 사람’으로 ‘역할극’을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심리학의 자기 지각 이론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기 지각 이론은 자신의 태도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을 떄,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으로부터 태도나 감정을 추론한다는 이론입니다.
카페에서 책을 펴고 읽고, 진지하게 글을 쓰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나는 집중을 잘 하는 사람이다.’ 라는 인식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실제 집중 행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역할극’은 이런 자기 지각 과정을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그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실제 자신의 모습 또한 그 역할에 맞춰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동기 부여와 사회적 승인 욕구의 발현입니다.

제가 언급한 제 특성에는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특성은 카페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사회적 승인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며, 긍정적인 사회적 피드백은 강력한 동기 부여 요인이 됩니다.
카페에서 ‘타인에게 긍정적ㅇ로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집중 행동을 유발하는 강력한 외적 동기로 작용합니다. 비록 실제로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시선 속에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여기서 친구나 가까운 사람의 존재는 사회적 승인 욕구를 더욱 자극하여 집중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자의식 과잉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정 욕구에 매마른 사람이 애써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특성의 부정적인 면을 인지하고 있고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보았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저라는 개인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라도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참고로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고 혹여 ’나랑 비슷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디에서든 집중을 잘 하는 것이 시간을 알차게 잘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도서관이나,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가상의 관중‘ 효과도 활용해보며,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집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려 합니다.
나만의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