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들

나는 왜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까?

에밀. 2025. 3. 20. 22:43
저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입니다.


소심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의심하며 빠르게 시작하지 못하고, 쉽게 좌절한다. 한 번 엎어지면 다시 일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입니다.
이런 성향이라면 어쩌면 저는 벌써 모든 걸 포기하고, 조용히 사라졌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모든 걸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있고, 무언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왜 저는 이렇게 부정적인 성향을 가졌으면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무엇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걸까요?

고윤 작가님의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읽으며,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두 가지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서도, 동시에 대책 없는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혹시 내가 블로그에 쓴 몇 개의 글이 누군가의 눈에 띄어서, 책이 되고, 내가 작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는 상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약간의 용기, 그 차이가 큽니다.

이 ‘작은 용기’는 선택을 바꿉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에서 ‘조금이라도 해본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하면, 그만큼의 배움과 깨달음이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움직이지 못하는가?
그것은 제 삶에 비관주의가 작동할 때입니다.


낙관주의가 작동할 때, 나는 움직인다


비관주의가 작동할 때, 저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회피합니다.
“이미 늦었어. 몇 시간을 허비했잖아.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저는 남은 시간마저 허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낙관주의가 작동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도 남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하면 되잖아. 5줄이라도 적을 수 있어.“
”30분이라도 운동하면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그리고 실제로 움직입니다.
비록 앞의 몇 시간을 허비했더라도 결국 ‘몇 줄이라도 적은 하루’, ‘운동 습관이 끊어지지 않은 하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1시간 동안 고민만 하다가 5줄을 쓰는데, 그날은 3줄밖에 못 썼다고 해도 “그래도 3줄이라도 썼으니 내일은 시작이 더 쉽겠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라도 시작하면 종종 예상보다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앞서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집중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시간을 버렸으니, 남은 시간만큼은 절대 헛되게 쓰지 말자.”

이런 생각이 들면 오히려 더 깊이 몰입하게 되고, 예상보다 많은 글을 쓰거나, 운동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 온몸에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즉, 잘못된 흐름을 끊어내고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결과는 생각보다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취 사례들은 다음에도 저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만약 또다시 시간을 낭비해버린다 해도,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된다’는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망각이 주는 유용함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망각도 일종의 복(福)입니다.

사람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죠.
특히 과거의 실수에 사로잡혀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실수를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나는 이걸 못했을까…”

이런 후회와 걱정 속에서는 당장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기 어려워집니다.
지나간 후회와 아직 오지도 않은 불안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보다, 어제의 나를 너무 끌어안지 말고 적당히 잊고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낙관과 망각, 실천이 함께할 때


물론, 무조건적인 낙관과 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그저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고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망각 역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필요한 기억과 반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에 충분한 정신적 힘을 갖추고, 걸리는 것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관주의가 아닌 낙관주의로, 후회가 아닌 실천으로,
포기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이 순간 “일단 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