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들

섵부른 조언이 불쾌한 이유

에밀. 2025. 3. 23. 16:49

요즘은 좋은 말도 불편하게 들릴 때가 있다.
언제부턴가 손윗사람을 만나 좋은 말이나
충고를 듣더라도 마냥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어른으로서, 선배로서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주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찾아 들으려 애를 써도
온전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머리가 큰 걸까?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다고, 누가 뭐라 하면
‘그건 아니잖아’라고 자존심을 내세우는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말에 대해 듣기 고까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내가 생각하고 실천하고, 스스로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건 이렇게 해야 해”, “그건 하지 말아야 해“하는 식의
말을 듣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마음은 반항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 일들을 겪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나?
그래서 현재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그걸 모른 채, 좋은 말이라고 끝없이
늘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다른 곳에서 받지 못한 인정을 여기서 찾는건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옛날의 나 자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처음에는 기분 나빠서 듣기 힘들었어요.”


수 년 전 후배가 내게 했던 말이다.
지금도 이 말만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떈 참 어렸다.
경험도 부족하고 생각도 짧은 주제에 그 때 무슨 자신감으로
내 생각만이 철썩같이 옳을 것이라 생각했던걸까.

그 후배는 당돌하게 이렇게도 말했다.

“혼날 때 혼나더라도, 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먼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듣고서는, 가능한 항상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질문을 먼저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생각해보자면,
그 때 그 후배가 느꼈던 감정을
이제서야 내가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이 도움이 되는 말이라는 걸 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그런데도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딱 한 번이라도 물어봐주면 좋을텐데.
너는 어떻느냐고, 그렇게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그러면 나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내 이야기를 듣고도 똑같이 말한다면
‘그만큼 중요하니까 다시 말하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고까워하고, 판단하며, 마음을 닫은 채 듣고 있다.
그런 지금의 내 수준이 아쉽다.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먼저 물어봐 주고, 먼저 들어주고
그래서 마음의 문이 열렸을 때야 비로소
내 마음을 담은 말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