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들

알아봐주고 싶은 마음이 곧 사랑이다

에밀. 2025. 3. 24. 21:30

누군가에게 “요즘 어떤 생각을 해?”라고 묻는 일.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닫혀 있는 방과도 같아서, 안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문 앞에서 한참 망설이게 된다.
물어본다는 것은 결국 그 방의 문을 두드리는 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풍경을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말이 자연스러운 지금,
타인의 내면에 다가간다는 건 특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오히려 거절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사람이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의 취향, 삶의 방식, 생각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감정적 투자, 곧 사랑의 형태다.

그래서 나는 질문이 반갑다.
때로는 들뜨기도 한다.
나를 표현하는 일이 즐겁고, 그렇게 드러난 내 마음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눈빛 하나로도 알 수 있다.
그럴 때면 참 기쁘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에게 나도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어진다.
내가 좋았던 만큼, 그 사람도 나로 인해 좋길 바라는 마음이, 어느새 마음 안에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소모된다.
마음을 담아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건 단답.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짧은 말들 속에서 마음은 지쳐간다.
뻔히 예상되는 다음 상황에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결국 입을 다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소모다.

그 사람을 향한 진심이, 무심함으로 돌아올 때
‘나만 애쓰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쌓인다.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은 어느새 스스로도 같은 태도를 취하게 한다.
그리고 그 소모가 임계점을 넘으면, 관계는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더 이상 표현하거나 묻지 않는다.
굳이 더 손을 대다 크게 잃어버릴 바에 남아 있는 조금의 것이라도 지키려는 것이다.
관계는 시한부가 되어간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수동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지만 마음은 이미 수없이 다가갔다.
반복되는 무반응과 상처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싶어진다.
상대는 몰랐겠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애썼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멈춰서 쉬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관계가 다시 살아나려면 결국은 ‘말’이어야 한다는 것을.
사랑은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대답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볼 힘이 생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마음에도 조용히 질문을 건네주기를 바란다.

사랑은 거창한 말보다,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 속에서 피어난다.
그 사람을 알아봐주고 싶은 마음—
바로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요즘 어떤 생각해?” 그 사소한 질문 안에는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용기와 사랑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