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통하는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관계의 모습이다. 연인이든 친구든, 마음이 오가는 대화가 가능하다면 그만큼 편안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많은 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질문을 많이 던지고 답하는 식의 대화는, 때로 피곤하고 마치 취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오히려 상대에 따라서는 ’왜 이렇게 묻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질문의 양이 아니라 방향이다.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때이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말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이런 질문은 나를 향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이 내 취향, 생각, 가치관을 알고자 할 때, 그 대화는 단순한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의 시작이 된다.
우리는 종종 공통된 관심사가 대화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이다. 뜨개질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도, 상대방이 그걸 좋아한다고 하면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건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같은 질문은 그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관심이 ‘상대’를 향하고 있다면, 어떤 주제도 매력적인 대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잘 통하는 대화’는 처음보다 오히려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처음엔 어색함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말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함이 오히려 대화를 가로막는다.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묻기 어렵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듯한 익숙함이 오히려 대화를 막아선다.
게다가 대화 성향이 다를 경우,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던 대화는 점점 어색한 침묵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하루하루 겪는 일 속에서 달라진 생각, 새롭게 읽은 책 한 권에서 느낀 감정, 그 작고 섬세한 변화들을 묻는 일.
그 노력이 쌓일 때, 비로소 대화는 살아 있는 연결이 된다.
잘 통하는 대화란 결국, 서로를 향한 꾸준한 관심과 이해의지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노력이다.
그것은 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성실함의 다른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