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사람을 두고 있으면 좋은 이유
왜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오히려 나다울 때가 생길까?
글을 쓰다가 생각이 잘 나지 않으면 고민이 많아진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다리를 꼬아봤다가 다시 푸는 것도 모자라
크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부여잡는다.
혼자서 이런 행동들을 하면 꽤 어색하다.
정신산만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카페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무례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 일행이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앞의 모든 행동들이 일행과의 상호작용 중에 나오는 ‘대화의 제스처’처럼 보인다.
그 순간, 모든 행동은 용인된다.
더 이상 이상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당화(justification)’의 힘이라 설명한다.
우리는 늘 행동에 이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외부의 ‘맥락’을 통해 쉽게 부여된다.
‘혼잣말을 하는 사람’은 이상해 보이지만
이어폰을 낀 채 말하면 ‘통화 중인 사람’이 된다.
둘 사이에 행동의 차이는 없지만, 해석은 정반대다.
앞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사람은 타인의 존재를 통해 사회적으로 ‘정상성’을 확인받는다.
그리고, 이건 단지 오해받지 않기 위한 정당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누군가 내 앞에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
그 시선 속에서 내가 해도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감각이
결국 내 안에 더 큰 생기가 돌도록 만든다.
누군가가 앞에 있을 때,
나는 내 행동에 대해 더 당당해진다.
무언가를 떠올리려 애쓰는 몸짓도,
생각이 막혀 주춤거리는 시간도
‘할 일에 집중하는 진지한 태도’로 이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된다.
단지 옆에 누군가 있다는 이유로
내 행동이 의미를 얻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다.
그 시선이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나는 눈치를 덜 보고,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가끔은,
무언가 잘 안 풀릴 때일수록
옆에 사람을 두고 싶어진다.
내가 지금 뭘 하든,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말 없는 응원 앞에서
나를 더 잘 믿을 수 있게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