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들

끌어당긴 게 아니라, 걸어 들어간 것이다

에밀. 2025. 4. 21. 18:10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불편했다.
너무 낭만적이고, 이상적이고, 허황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언젠가 우주가 그것을 보내준다.
전혀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꿈꾸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상과 같다.”
그 문장이 떠올랐다.

그 법칙을 열심히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로 그런가? 내가 너무 냉소적인 건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히려 그것을 믿지 않는 내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돌이켜생각해보면 꼭 아닌 말도 아니다.
분명 불가능해 보였던 일인데, 어쩌다 보니 이루어져 있거나,
그저 바라고만 있었던 것들이, 어느새 현실 속에 스며있던 적도 있다.
내 삶 속에도 분명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나도 ‘끌어당김의 법칙’의 수혜자?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그건, 매우 현실적인 인과법칙에 따른 일이다.



무언가를 정말 간절히 원할 때,
그 바람은 단순히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고뇌하게 하고, 지금의 현실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바라던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이 너무 달라서,
그 차이가 마음 한구석을 계속해서 콕콕 찌른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과, 지금 내가 놓인 현실 사이의 불일치.
이 괴리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내적 긴장’이 된다.
그 긴장을 견디다 못해, 우리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언젠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금방 흐릿해지지만,
“나는 3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만의 수입 구조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구체화된 바람은
뇌의 작동 방식을 바꿔놓는다.
이것은 바로 목표 설정 이론(goal-setting theory)의 핵심이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일수록, 동기가 강해지고 행동의 추진력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은 어느 순간 결단을 내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삶을 유지하기에는 그 바람이 너무 간절해서,
‘고정된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회사라는 안정적인 구조를 깨고, 새로운 삶의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끌어당김’이라기보다는,
간절한 바람이 만든 내면의 불편함이 결국 현실을 흔들고, 움직이게 만든 결과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결단만으로 바라는 삶에 도달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결단 이후 얼마나 오래 그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가다.
작은 실천이 쌓이고,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다시 방향을 붙잡는 능력.
이 지속성을 심리학에서는 ‘그릿(grit)’이라고 부른다.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끈기와 열정.
무수히 흔들리지만, 다시 방향을 바로잡는 의지.
그릿이 있는 사람은 결국 ‘될 때까지’ 해낸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이루어졌던 순간들은,
결코 가만히 앉아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바라는 마음이 뇌의 필터를 바꾸고,
우연처럼 보이는 기회를 포착하게 만들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작은 조각부터 하나하나 움직이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한 ‘뇌의 필터’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불리는 인지 메커니즘과 연결된다.

그러니 끌어당김의 법칙이 정말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나를 움직이고, 나의 움직임이 현실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내가 바라는 미래는 ‘끌어당겨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걸어 들어간 곳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비록 끌어당김의 법칙이 과학적으로는 허술하고,
실제로는 수많은 심리적 작용과 뇌의 선택적 메커니즘의 결과라고 해도
만약 그 법칙이 누군가를 무기력에서 일으켜 세우고,
꿈꾸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든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 아닐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진실‘만이 아니라,
’믿음‘이 만들어낸 힘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