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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리뷰

유튜브 리뷰 #1 : 터틀이주미 님의 ‘취향 이야기’를 보고

by 에밀. 2025. 1. 20.

이미지 출처: 터틀이주미 유튜브 채널, ‘서른이 된 나의 취향 이야기’, 2023년 9월 17일


빛나는 사람, 이주미 님을 보며

누군가를 보고 저 사람 되게 빛나는구나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표현하며 그 개성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참 빛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어떤 영상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림을 느꼈다. 약 4개월 전 터틀이주미 유튜브 채널에서 업로드된 '서른이 된 나의 취향 이야기'라는 영상이다. 구독자분들이 이주미 님에 대해서 질문한 것들에 대해서 답을 하는 식으로 영상이 진행되었고, 취향이라는 큰 주제로 추구미, 향, 리빙용품 등에 대한 주미 님의 취향을 듣게 되었다. 들으면서 내가 놀랐던 것은 본인의 취향을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정도에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그 이유를 한두 가지 정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영상에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취향, 각 브랜드마다의 특징 중 본인에게 맞는 특징들까지 세밀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저 생각나는 것들을 단순히 주워섬겨 가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한 분야 한 분야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보면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시도들을 해보았고 자신이 느끼는 호불호를 세심하게 지각하며 생각해 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임에도 장황하다던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진실되게 표현하고 있구나' '이 사람은 참 빛나는 사람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댓글들을 보아도 '참 멋지다'는 뉘앙스의 댓글들이 주를 이뤘는데, 어쩌면 그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이지 않았을까.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하자'던가, '~먹자'던가 하면 대부분 "좋아!" 하고 따를 수 있는 극한의 수용적인 사람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뭐 할래?'라던가 '뭐 먹을래?'라고 하면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극한의 우유부단한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저 다 딱히 싫지도 좋지도 않다. '취미나 특기'를 쓰라고 하면 그만큼 난감한 일이 또 없다. 같이 어울리기에는 나름대로 편하겠지만, 나중에 누군가 나에 대해 생각한다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싶다. 나만의 뚜렷한 무언가가 없었기에, 자신만의 명확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주미 님이 빛나 보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부러움을 불러온 것 같다.


왜 주미 님은 빛나는데 나는 빛나지 못하는가. 과거의 내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겠다는 생각에 과거를 돌아보았다. 지난 20대를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취향을 찾아보는 것에 게을렀던 것 같다. 그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만 그쳤었다. 아버지가 원했던 학과에 진학하고 군대에 지원했다. 아버지는 사범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셨다. 또 당신께서 가지 못했던 특수한 부대, 해병대에 가길 바라셨다. 아버지가 바란 선택지들은 내가 원했던 선택지들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나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원치 않는다 했을 때 불거질 아버지와의 갈등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라시는 대로 사범대에 가고 해병대에 갔다. 이후에 대학 공부를 하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이게 정말 나에게 맞나?' 하며 자문하면서도 이미 여기까지 온 거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합리화하고 계속했다. 종교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생각 없이 주어진 역할만 수행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재미에 치중한 판타지, 무협 소설에 빠져 남는 시간들을 낭비했다. 고시는 통과하지 못했고 졸업하면서 받은 자격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30대가 되어 몇 년이 지났다.


20대의 핵심적인 선택을 이끌어준 아버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 후회는 있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아들, 성실하고 착한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잘 충족시켜 왔지만, 정작 나 자신의 빛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많이 놓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남는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유독 많이 하게 되었다. 작년 12월부터 그 생각이 시작되었고 1달 내내 하루에도 십수 번씩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이 핑계처럼 자꾸만 떠올랐다. '지금 일하고 있으니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지.' 이 생각은 20대 동안에도 많이 했고 그때마다 '그래 어쩔 수 없으니 하던 것이나 계속 하자'라는 선택을 해왔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10년 같은 선택을 해 왔으면 이제는 다른 선택도 해 볼 때도 된 것 같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누군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한창 일할 30대가 너무 경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럴 수도 있고. 앞으로 최소 3달 동안은 그동안 공부와 일을 핑계로 미뤄왔던 것들을 해보려 한다. 대체 '나'라는 이 사람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무엇을 채워가며 살고 싶은지를 찾아가 볼 것이다. 이제 핑계 댈 것도 없으니 지금부터의 시간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건 온전히 내 스스로가 게으른 데다 능력 부족인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운동과 글쓰기이다. 집중력도 좋지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썩은 근성이 있기에 일단은 이 두 가지를 습관으로 굳히기까지 다른 것들을 추가하지 않고 집중해보려 한다. 글쓰기가 삶 속에 자연스러워지면 유튜브 영상 제작, 클라이밍 등 경험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하여 제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볼 것이다. 또한, 독서 모임과 같은 통로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고, 내게 맞는 삶의 방향을 탐색해 볼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선택이 후회되는 선택이 되지 않게 알차게 시간을 잘 써가 보려 한다. 언젠가 오늘을 돌아보며 '그래도 그 이후로 더 많이 빛나게 되었구나!'라고 말하게 될 것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