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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을 읽다 든 생각#5 : HSP 공감 능력: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

by 에밀. 2025. 2. 19.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를 읽고 마음에 닿는 것이 많아 벌써 세번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ㅎㅎ

 

최근 제 내면의 또 다른 이중성을 마주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바로 공감이라는 주제입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때때로 상반된 평가를 받곤 합니다. 누군가는 저를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제 공감이 가짜이고 실제로는 냉정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공감과 관련된 이러한 상반된 평가는 친밀도와 관계없이 나타났기에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제 공감 능력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처럼 괴로워하거나 기뻐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감정은 느끼되,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듯한 묘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저의 공감 방식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을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라는 책에서 제시하는 초예민성(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목차

🤔 공감에 대한 오해
🧠 HSP 공감 능력의 과학적, 심리학적 이해
💔 HSP 공감, 관계 맺기가 어렵나?
🤝 HSP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
🥰 결론: 공감 능력을  힘으로, 더불어 행복한 삶을 향하여


🤔 공감에 대한 오해

 

초예민성은 단순히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징을 넘어, 감각 처리 방식에 있어서 일반인과는 다른 특성을 의미합니다.  초예민성을 가진 사람들은 외부 자극에 대해 더욱 강렬하고 깊이 반응하며, 이는 감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HSP는 타인의 감정을 마치 자신의 감정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초감정을 경험하며, 이러한 초감정은 때로는 과도한 공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HSP의 공감은 일반적인 공감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일반적인 공감정서적 공감, 인지적 공감, 행동적 공감3단계를 거칩니다. 정서적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것, 인지적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행동적 공감은 공감을 바탕으로 배려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호적인 사람은 이 3단계 공감을 통해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합니다.

 

반면 HSP의 공감은 주로 정서적 공감 단계에서 두드러집니다.  HSP는 타인의 감정을 매우 강렬하게 느끼지만, 초감정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커서 인지적, 행동적 공감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치 정서적 공감에서 시작과 끝이 맺어지는 듯한 특징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HSP의 공감 방식은 종종 오해를 만들곤 합니다. 감정은 지나치게 잘 느끼는 듯하지만, 정작 적절한 위로나 행동적 지지가 부족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HSP가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초감정이라는 특수한 공감 방식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HSP 공감 능력의 과학적, 심리학적 이해

 

HSP의 공감 능력을 과학적, 심리학적으로 좀 더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HSP는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인 섬엽과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섬엽은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공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편도체는 감정적인 반응, 특히 불안과 공포를 처리하는 데 관여합니다. HSP의 경우, 이러한 뇌 영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타인의 감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서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반면,  감정적 과부하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HSP는 높은 감각 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는 외부 자극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 생각에도 깊이 반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HSP는 타인의 미세한 표정 변화, 목소리 톤, 분위기까지도 쉽게 감지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합니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HSP의 공감 능력을 '과잉 공감'(Hyper-empathy)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과잉 공감은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혼동하거나, 타인의 감정에 압도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HSP의 공감은 바로 이러한 과잉 공감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닙니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 공감 능력은 타인을 돕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압도당하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HSP 공감, 관계 맺기가 어렵나?

 

뛰어난 공감 능력에도 불구하고 HSP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감정으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 소모는 HSP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때로는 타인과의 깊이 있는 관계를 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과거 인간관계를 피상적으로 유지하며 깊은 교류를 꺼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할 일에 집중해야 하니 인간관계는 사치'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지만,  돌이켜보면  HSP 특성상 깊은 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에너지 소모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HSP에게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나타납니다. HSP는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는 만큼, 타인도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HSP처럼 감정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무심한 말이나 행동에 HSP는 쉽게 상처받고 실망하며,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에서는 HSP 곁에 남는 사람들의 유형을 세 가지로 제시합니다.  1. 혼자서도 제 몫을 잘 해내는 사람, 2. 감정 기복 없이 안정적인 사람, 3. 독립적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  즉, HSP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HSP에게 감정적 부담을 덜 주는 사람들이 HSP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이 가까운 관계에서는 서로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안될 관계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HSP에게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감정적 에너지 소모가 크고, 관계 유지가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HSP에게 있어서는 그 빈틈의 크기가 너무 크면 사랑의 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 HSP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

 

HSP는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어려운 걸까요?  다행히도 답은 '아니오'입니다. HSP는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들을 익히면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HSP가 행복한 삶을 위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지혜를 소개합니다.

 

  • 자신의 HSP 특성 인정하고 수용하기:  HSP는 '예민함'이라는 자신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HSP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감각 처리 방식을 가진 것일 뿐입니다. 자신의 HSP 특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HSP로서 행복한 삶의 첫걸음입니다. 자신의 강점(뛰어난 공감 능력, 섬세함, 직관력 등)약점(감정적 과부하,  쉽게 지치는 경향 등)을 파악하고,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감정 관리 전략 익히기:  HSP는 초감정으로 인해 감정적 과부하를 경험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관리하는 전략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 챙김 명상, 심호흡, 요가, 산책 등 자신에게 맞는 이완 기법을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감정 일기를 쓰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건강한 관계 맺기:  HSP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갈망하지만,  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에너지 소모를 감당하기 어려워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관계 맺기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피상적인 관계보다는 소수의 진솔하고 편안한 관계에 집중하고, 관계의 깊이와 속도를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건강한 관계는 HSP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 자신만의 회복 공간 확보하기: HSP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혼자만의 조용하고 편안한 회복 공간이 필수적입니다. 소음, 강한 빛, 사람들의 시선 등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HSP는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심리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인 관점 유지하기:  HSP는 세상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감정은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게 하며, 섬세한 감각은 일상의 작은 아름다움에서 기쁨과 감동을 발견하게 합니다. 자신의 HSP 특성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HSP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결론: 공감 능력을  힘으로, 더불어 행복한 삶을 향하여

 

초예민성이라는  특성은  때로는  삶을  힘겹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오히려  특별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살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참 피곤한 사람이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일텐데 큰일이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습니다. 어떻게든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이 되겠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는데, 덕분에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기분입니다. HSP의 공감 능력은 타인을 이해하고 돕는 소중한 능력이며, 더 나아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좋은 신념을 속에 새로 세워야겠습니다. 

 

저와 같은 HSP 특성을 가진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_공감_인간관계_HSP
모두가 관계 속에서 행복하길 바라요 이미지 출처: Eva Bronzini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