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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을 읽다 든 생각#5 : "시작이 반이다" 그 다음에 무엇이 있는지 아세요?

by 에밀. 2025. 3. 5.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오래된 격언이지요. 저 또한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말은 종종 나머지 반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시작만 하면 저절로 끝까지 완성될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정작 시작하고 나면 이후의 과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머지 반은 저절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작이라는 첫 번째 반을 채우는 것보다, 나머지 반을 채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동기 부여는 쉽게 얻지만, 시작 이후에 어떻게 꾸준히 나아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곤 합니다. 책이나 매체에서 '시작'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시작' 이후의 과정, 즉 '중간'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시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접했지만, 정작 궁금했던 것은 시작 이후,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 채워나가며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시작'이후 우리를 멈칫하게 만드는 '중간의 지옥'에 대해 알아보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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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의 지옥"

그러던 중 우연히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책에서 '중간'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중간'이라는 과정을 '중간의 지옥'이라는 강렬한 단어로 표현하며, 그 실체를 명확하게 짚어주는 듯했습니다. '중간의 지옥'. 이 표현은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명확히 와 닿았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을 비교적 빠르게 해내는 편입니다. 초반에는 빠른 성장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고 나니, 그 이상의 발전이 더뎌지는 구간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복 숙달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더뎌지는 성취 속에서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과정은 저에게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10대, 20대 시절의 저는 그 지루함을 견딜 만큼의 인내심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제게 있어서 '능력'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대부분 애매한 수준에 머물러 버렸습니다. 자료를 찾아 수업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나, 발표나 수업을 하여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나, 소통해서 대상(직장 동료, 학부모, 학생, 내담자 등)의 마음을 사는 것 등의 능력들 입니다. '딱 할 줄은 아는데,  '잘' 하는 것은 아니고, 실수도 줄곧 하는 정도'. 돌이켜보면 '중간의 지옥' 단계에서 돌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정성"을 들이는 시간

책에서는 '중간의 지옥'을 건너기 위해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성'. 이 단어는 저에게 새삼 크게 다가와 깊은 울림을 주는 듯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무언가에 '정성'을 들였던 기억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몇 년 동안 오래 지속했던 경험은 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쏟아 '정성'을 들였는지 자문해 보면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늘 요령을 피우고 싶었고, 힘든 것을 그만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성 부족'. 이것은 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제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밤샘 작업도 힘들지 않았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와 예시를 찾고 공부하는 시간이 전혀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꺼이 마음과 시간을 쏟았습니다. 이것이 '정성'을 들였던 경험이 아니었을까요?

놀랍게도 '정성'을 쏟았을 때, 단순히 정보 전달 이상의 '감동'이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지식적인 성장뿐 아니라 깊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정성'은 단순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애정을 가지고 온 마음을 쏟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유지"를 위한 시스템

시작과 끝을 잇는 기나긴 '중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지', 즉 꾸준함입니다. 한두 번  '정성'을 들였다고 해서는 그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없고,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할 수도 없습니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정성을  쏟아야만  비로소  '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유지'의 방법 중 하나로 '시스템'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은 단순히 체계적인 방법론을 넘어, 자신의 의지에 타의적인 동력을 더하여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드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작가는 "나는 무엇을 하든 스스로의 에너지 자체는 너무 믿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지를 북돋아주거나 보조해줄 타의적인 동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가지각각의 유혹에 자주 흔들리는 스스로를 알기에 저 역시 삶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해 왔습니다.

저는 돈에 민감한 편입니다. 특히 작은 돈이라도 낭비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구두쇠'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활용하여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독서실을 등록했습니다. 당시에도 독서실 비용은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 돈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이 내주시는 돈이었지만,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강렬했습니다. '이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매일  독서실에  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거의 매일 독서실에 출석했습니다. 독서실에 앉아 있는 이상, 아무리 공부가 하기 싫어도 책이라도 펴게 되었습니다. 물론 딴짓을 할 때도 있었지만, 집에 있었다면 아예 하지 않았을 공부를 '독서실'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억지로라도 조금씩 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름대로 쌓여갔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집에만 있으면 글쓰기가 잘 되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드러눕고 싶고, 게임이나 유튜브 같은 재미있는 것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일부러 씻고 카페에 나오면, 커피 값이 아깝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본전'을 뽑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카페에 있는 동안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카페'라는 시스템이 저를 글쓰기 공간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독하게 쉽게 질리는 저이지만, '시스템' 덕분에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방법들이 많습니다. 타이머를 활용한, 이미 유명한 포모도로 기법을 사용할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해 완료 후 상을 주는 보상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스터디 그룹이나, 모임을 만드는 것도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 "중간의 지옥"에서 빛을 보는 사람들

세상은 점점 쉽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성공하는 법', '단기간에  마스터하기'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이 넘쳐납니다. 첨단 기술 발달은 이러한 트렌드를 더욱 부추깁니다. '참고 진득하게 노력하면 마침내 빛을 보는 날이 온다'는 말은 점점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시대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진정으로 빛을 보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결국 이 '중간의 지옥'을 자신만의 '시스템'과 '정성'으로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삶 속에서  '정성'을 더욱 의식적으로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또다시 타성에 젖어 '중간의 지옥'에서 나자빠져 있을 때, 이 글을 다시 찾아보고 마음을 다잡으려 합니다. 저처럼 '중간의 지옥'에 자주 무릎 꿇었던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언가 시작해보았다가 금새 포기한 것이 있다면, 다시금 찾아 '정성'을 들여보면 어떨까요?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더해 꾸준히 한다면 빛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