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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각들

선택 앞에서 함께 하는 방법

by 에밀. 2025. 4. 1.
현재의 모습은 과거 내가 선택했던 것들의 종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선택은 갈림길 앞에서 내딛는 발걸음이다. 방향을 정하는 건 내 몫이지만,
길 위의 돌부리나 날씨는 내가 정할 수 없다.

삶이 매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스스로가 선택을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 같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


문제는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에 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히 말해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내 선택의 결과가 무조건 좋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

나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선택을 했는데,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나쁜 결과가 생기게 되고 그에 책임을 져야한다면 어떨까?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그럴 줄 몰랐다고 하며 억울하겠다.
그렇지만 늘 책임의 소재를 찾으면서 보상을 하라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그정도의 최악의 상황이 눈 앞에 닥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가?
그것에 ‘yes’라는 답이 나오면 선택한다.
내가 미리 계산에 넣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것까지 감수한다.

이것은 삶 속에서 기대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고 서운함을 느끼기 쉽다.
이것들은 기운을 빠지게 하고 관계를 녹슬게 해서 삐걱이는 일을 만든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가능한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
나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그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낼 것을 생각한다.

그렇기에 추천은 하지만 선택은 스스로의 몫으로 남긴다.
의향을 물어본다면 바라는 바는 말하지만, 꼭 원하는대로 해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내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내비치지 않는다.


이것은 회피형 인간의 삶인가?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감당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회피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또 과거를 핑계삼게 된다.

20대 때, 중간 관리자로서 일을 할 때이다.
내 직속 상급자는 건강을 이유로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내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울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지시를 주지 않았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잘못된 것도 없었지만,
그 사람의 생각과는 달라서 늘 ”왜 그렇게 했어요?“라는 책망이 있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으니 그랬지.’라고 속으로 말하면서도,
겉으로는 그저 ”죄송합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로 누군가의 기대에 응답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시간이 흘러 내가 상급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그 위의 역할을 하게 되어서도
그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본인이 아무 신경도 못 쓸 때, 일을 굴러가게 도왔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잘못된 일이 없지만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좋게 가르쳐 주면 되는 것 아닌가?
본인의 상황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나는 결단코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손은 너무 작다.
내가 끌어안을 수 있는 영역도 너무 협소하다.
간혹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상태임에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확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합의되지 않은 기대가 생겨 스스로나 서로를 아프게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당연히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런 기대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런 식의 어긋남이 반복되면, 관계가 조용히 금이 간다.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미 생각하고 감안하는 상태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이런 내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하는 것 처럼 상대방에게도 선택의 책임을 강요할 순 없다.
이건 내 삶의 방식이니까.
그래서 나는, 선택은 그들의 몫으로 남기되,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건네려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그것이면 최소한의 도리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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